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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세이

스웨덴에서의 마지막 날 (feat. 가장 여유로운 일상)

by sy.cho__ 2023. 12. 13.

Last day in gotenburg
 

예테보리의 한 식당.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The Barn


엄청 오랜만의 혼자 여행이다. 아니 출장이지.
출장이지만 3일은 혼자 보냈으니 여행이나 마찬가지인가.
 
지금 스웨덴의 예테보리라는 도시에 있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꽤 여유부렸다.
3일중 이틀은 낮잠을 잔것이 그 결과다.
 
요즘 여행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건지
이 도시가 작아서 그런거지
단순히 피곤해서 잠이 왔던건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건 굳이 어딘가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졸리면 자고 먹고싶으면 먹고
돌아다니고 싶으면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예테보리는 꽤 인상적인 도시이다. (영어로는 Gotenburg라 부르는데 스웨덴 발음으로는 예테보리)
스톡홀름은 스웨덴 수도인만큼 사람도 많고 관광객이 많다. 
예테보리는 스웨덴 제 2의 도시로 어느정도 발전도 되어있고 인구도 적당하나
관광객은 적어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 겨울에도 테라스에 앉는 스웨덴 사람들. Cafe Husaren


그래서 그런걸까.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느끼고 싶었다.
여유를 느끼고 싶었다. 
 
예전엔 혼자 여행 많이 다녔다.
혼자 다닌 이유는 관광이 아닌 그 나라. 도시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다.
아마 그 시작은 유럽 배낭여행으로 기억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군대 시절.
전역 후 친구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지만 진심인건 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혼자 떠날 수 밖에.
 
떠나지 않기엔 기대를 많이 해버린 탓일까. 확실히 전역 3개월 전부터는 유럽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전역하고 바로 다음날 떠났다.
 
이 유럽여행은 교환학생의 길로 이어진다. 
혼자 돌아다녀도 크게 부담되지 않음을 느꼈고
외국에 살아보고 싶은 궁금함을 갖기에 충분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왜 살아보고 싶었던 걸까.
그땐 강남스타일로 이제 막 한국 문화를 외국에서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래서 그런걸까. 
낮선 한국인에게 말걸어주는 낮선 외국인이 재밌었다. 
그로 인해 어느 덧 한국인이 없는 곳.
관광지가 아닌 공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 짧은 영어로.
 
어쨌든. 나에게 혼자 여행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번 출장 후 혼자만의 3일 여행은 그렇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아무 검색도 정보도 모르는 스웨덴의 한 작은 도시에서 머물고 있다.
작은 도시지만 사실 2번째로 큰 도시다.
관광지가 아닐뿐
 
혼자 여행을 하니 대학생과 사뭇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대화 주제다.
 
혼자 카페에 가고 식당에 가니 다른 사람들을 자주 구경한다.
그들을 보면 대화가 끊키지 않는다. 이건 한국도 똑같겠지.
 
나에게 지금 궁금한건 그들의 대화주제다.
스웨덴어로 대화하니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 

월요일 밤에도 bar에 발디딜 틈이 없다. Bar Amuse

여기 사람들은 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이 시기의 주요 토픽은 무었인지
고민이 많은지 기대가 많은지 궁금해진다.
 
사람들이 대화하는걸 한참 보고있으면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연인 가족 친구들.
 
나이가 들수록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주제가 획일화 됨을 느낀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이 더 어떤 대화를 하는지 궁금한것도 있을것 같다. 
다양함은 인생에 다채로움을 주니까
 
지금 올드패션드 한잔.
바텐더가 추천하는 칵테일 한잔을 마셨다.
생각없이 글이 써지는 걸 보니 두번째 잔의 도수가 꽤 높은가 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겠지.
 
커리어 재테크 결혼 출산
한숨 나오지만. 뭐 다 좋다.
 
지금까지 잘 달려왔고 올해는 많은 부분에서 좋은 결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저 많은 걸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나보다 현명한.
 
그렇지만 마음 한켠엔
저걸 목표로 꼭 살아가야 할까 하는것이다.
 
한국에선 너무 중요한 요소지만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나에게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그럴수도 있지
그래도 지금 당장은
조금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
 
물론 내일 아침에 술이 깨고
한국에 돌아가면
이국적인 공간에서 느낀 잠깐의 설렘일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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